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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편집부
입력 2022-05-27 10:00 수정 최종수정 2022-05-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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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개최된 막스 리히터의 초연 현장


막스 리히터의 현대인을 위한 자장가

클래식의 연금술사라 불리며 현대음악은 대중과 괴리가 있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며 가장 영향력있는 작곡가로 떠오른 막스 리히터(Max Richter).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매개하는 그가 내놓은 'Sleep (잠)'이라는 작품은 잠이라는 주제를 다룬 곡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영국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1966년생으로 스티브 라이히, 필립 글래스의 뒤를 잇는 포스트 미니멀리스트, 최근 대세로 떠오른 네오 클래식 작곡가로 분류되며 최근 가장 핫 한 작곡가로 손꼽힌다. 할리우드 영화 '컨택트(Arrival)'를 비롯하여 무려 8편이 넘는 영화들과 넷플릭스 드라마에 삽입되었던 'On the nature of daylight'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했고 비발디 사계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음반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는 22개국 클래식 차트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Sleep'은 잠못드는 현대인을 위한 자장가다. 2015년 이 음반을 내놓으며 막스 리히터는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면서 잠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소위 들으면 잠이 온다는 클래식이 아닌 잠을 잘 자기 위한 클래식이라는 점에서 반어적인 어필이 느껴진다. 작곡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맨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수면 사이클을 분석하여 진지하게 내놓은 이 작품의 길이는 장장 8시간이 넘는다.

이글맨 교수는 깊은 수면상태의 신경세포가 가진 리듬을 분석하는데 집중했고 막스 리히터는 “음악을 통해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가장 적절한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Sleep 속의 음악을 들여다보면 미니멀리즘 특유의 반복성에 튀지 않는 미묘한 음악적 변화들의 사이클을 감지할 수 있으며 이는 과학적인 분석이 토대가 되어주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피아노, 현악기, 오르간, 여성보컬, 전자음악이 빚어내는 사운드는 차분하게 무의식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혹은 우주를 홀로 유영하는 듯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러닝타임 8시간의 앨범 속 음악은 31개의 트랙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음악은 끊이지 않고 논스톱으로 이어간다. 8시간을 산정하여 인간의 수면 사이클 기반으로 설계된 음악이니만큼 텔레그래프지로부터 '가장 긴 클래식 음악'으로 언급된 바 있다.

2016년 3월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초연 무대 또한 화제를 모았다. 주최측은 침대를 제공했고 침낭, 베개 등은 관객이 직접 지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밤 10시에 시작한 공연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는데 깊은 숙면을 취한 관객들 뿐 아니라 잠들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맨 정신으로 감상했던 관객들까지 다양했다고 한다. 막스 리히터는 이 곡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상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시드니 오페라, 필하모니 드 파리등 세계적인 공연장들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수많은 현대인들이 그의 자장가를 찾았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내놓은 8시간짜리 디지털 음원과 1시간 분량의 발췌음반 모두 성공을 거두며 음악을 통한 그의 선한 의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히트곡 'On the nature of daylight'이 수록된 음반 <블루 노트북>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폭력 메시지를 담았듯 그는 음악의 메시지적 효용가치를 십분 활용하는 작곡가다. 1948년 채택된 인권선언문을 70인의 목소리에 담은 라는 앨범 또한 좋은 예이며 그가 이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로 인정받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Sleep은 막스 리히터가 인간의 수면 사이클을 반영하여 작곡한,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그의 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숙면이 힘든 분들 뿐 아니라 깨어있는 이들에게도 단순한 수면음악을 뛰어넘어 사운드가 불러일으키는 미적 쾌감과 정신적 환기를 가져다주는 음악으로 적극 추천한다.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YQfsGYI1Y4&list=PL0VMUYmhGI3Oqfb0V7X5R2EXoFkrJXOIj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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